브렉시트의 '베르테르 효과'는 EU 내 다른 회원국들의 탈퇴 움직임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높은 실업률과 난민 사태에 테러까지 겹치면서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극우파들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브렉시트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질서를 주도해온 개방적 국제주의가 퇴조하고 폐쇄적 고립주의가 부활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프랑스의 극우파 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나 무슬림과 멕시코인에 대한 국경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늘날 유럽 통합은 시험대에 올라 있다. 그것도 대륙에 유럽이라는 이름을 선사한 그리스로 인한 것이다. 3차 구제금융을 둘러싼 유럽 통합 주도국과 그리스의 힘겨루기는 채권단의 완승으로 끝났다. 국민투표까지 결행하며 채권단이자 통합 주도국이 내건 조건을 거부하려던 그리스의 계획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스 내부에서는 이번 협상 타결을 1차 대전 패배 후 독일이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베르사유 조약에 비교하는 분위기다. 이로써 4년 이상 끌어온 그리스 사태는 당분간 잠잠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리스의 근본적인 문제가 풀린 것도, 유럽 통합의 미래가 한층 더 밝아진 것도 아니다.